남진 빈잔 임재범은 왜 이 노래를 선곡했나요?
[리뷰 걸이 말한다] 5월 8일 방송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이소라, 박정현, 김범수, 윤도현, 임재범, BMK, 김연우 7명 가수의 첫 번째 경연이었다. 이날 경연에서 이소라는 〈보아의 넘버원〉, 윤도현은 〈더 클래식 마법의 성〉, 김범수는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 박정현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김연우는 〈김건모의 미련〉, 임재범은 〈남진의 빈잔〉, BMK는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선곡, 가장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였다.
임재범 빈잔
특히 임재범은 같은 노래인가 싶을 정도로 남진의 《빈잔》을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소화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처음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건 반대다’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서바이벌 경쟁에서 탈락이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시스템이 장르를 뛰어넘는 절대 가창력을 지닌 임재범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마음을 얽어맬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보여준 애환과 아픔, 그리고 눈물. 임재범의 처절한 생존 의식을 깨닫게 된 순간 어리석었던 상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윤도현은 임재범 선배님이 티브이에 나와서 노래하고 서바이벌하는 자체가 너무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임재범은 이런 말을 했다.
전쟁입니다.
무대에서 무슨 생 각했는지?
마음속에서 들리는 말… 참 고생 많았다 너…
이제 시작했으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자…
그렇다! 《나는 가수다》 외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임재범이 출연 가능한 프로그램은 없었기에, 《나가수》만이 임재범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나가수에 반드시 출연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임재범의 아내는 현재 암 투병 중이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임재범이 《너를 위해》로 처음 1위를 했을 때, 아내의 반응이다.
《너를 위해》를 부르고 나서 제가 바로 전화했어요.
분명히 이 사람 전화 안 하거든요, 제가 힘들까 봐..
업된 목소리로 아내가 기분 좋아서요. 10년 만에 그런 얘길 하는데…
제가 정말 좋아요. 그랬더니. 아휴 참……
도리를 하는 것뿐인데… 아휴…
참 힘들면서 기쁘네요…
제가 그 사람의 병을 키웠을 수도 있어요. 제가 우울증, 조울증에 빠져 6~7년 세월을 보냈는데 그동안 아내가 저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거든요. 우울증에 빠져 무기력한 남편의 모습으로 거의 6~7년을 살았는데 수입도 저작권료만 받아서 월 100, 200만 원 가지고 살았고 차도 없고… 그래서 항상 딸과 어린이대공원 가더라도 버스 타고, 물건 같은 걸 많이 사면 버스 타기 힘드니까 오늘은 조금만 사자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세월을 보냈죠. 가족에게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씀밖엔 드릴 게 없습니다.
라며 임재범은 《나가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첫 경연 미션은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남의 노래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자기 노래도 잘 못하는데
라며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도 잘 맞춘다. 리허설인데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의 임재범이다. 남진의 《빈잔》을 미션곡으로 받아 임재범은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고 했다.
저한데 독한 놈이에요. 저를 학대하는 놈이거든요. 《나는 가수다》 시작하고 나서 3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어요
라며 리허설, 경연 시각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임재범이었다. 첫 경연을 한 후 임재범이 병원으로 실려 간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제가 사실은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닙니다. 감기, 몸살이 너무 심해서 그저께 40도까지 올라갔어요. 지금 거의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이에요. 정말 간절히 소망하건대 아픈 것 때문에 무대를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저를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임재범에게 남진 빈잔이란?
맥주 몇 병 먹고 알딸딸할 때 부르는 노래가 3곡 있는데 그 중 한 곡이다.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라고 했을 때도, 소탈함을 넘어 구수한 된장 뚝배기 같은 정을 소유한 사람의 진면모를 알게 되어 기뻤다.
처음에는 남진 선배님의 풍으로 하되 후반부에는 록으로 편성하려고요. 즐기면 즐기는 거지 판단하는 게 아니거든요. 음악은…
혼을 실어 빈잔을 부르는 임재범은 이미 신들린 무당이며, 먹이를 쫓아가는 포효하는 사자이고 새끼를 잃어 절규하는 짐승이다. 임재범에게 노래는 즐김. 찌든 생활고이고, 눈물이며 처절한 인생이다. 임재범에게 노래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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