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걸이 말한다] 무릎팍도사에서 공개한 김연아 발 사진을 보고 박지성 발, 강수진 발 또한 연상됐다.
맨발 트리플 악셀
피겨여왕 김연아가 맨발로 공중회전을 선보였다. 강원도 하이원 리조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어컨 페스티벌 Q〉에 참석해 맨발로 트리플 악셀을 감행, 이날은 스케이트 복장도 아닌 일상복을 입은 김연아.
그녀는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스타일의 민소매 상의와 통이 넓은 치마처럼 보이는 핫팬츠를 입고 등장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런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김연아는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트리플 악셀을 선보였고 피겨 이야기도 공개했다.
김연아 발 사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를 하면서 겪었던 시련, 올림픽에서 느꼈던 부담감과 맞수 아사다 마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연아의 고민은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떡하나
였다. 김연아는
하루에 삼시 세끼를 먹는 게 끝이다. 야식이 어느 정도의 시간에 먹는 것을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배가 너무 고플 때는 인터넷에 올라온 음식 사진을 보고 대리만족한다
라고 말해 강호동을 경악게 했다.
꿈… 그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의 경쟁 상대는 ‘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걸 모조리 먹어버리고 싶은 나 조금 더 자고 싶은 나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였던 것이다.
– 김연아 자서전 중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을 하면서 변하게 된 손을 펼쳐 보였다. 그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손에도 굳은살이 베기냐는 MC 강호동의 질문에
손으로 스케이트 날을 계속 반복적으로 잡다 보니까 굳은살이 있다
라고 답했다. 스케이트 끈을 매일 묶느라 새끼손가락에도 굳은살이 생긴 김연아 손은 껍질이 까져 있었다. 이에 강호동과 유세윤은
스물한 살의 손이 아줌마 손 같다
라고 말했다.
살을 잘라내도 다시 생긴다
상처투성이인 김연아 오른손 검지는 왼손의 것보다 2배 정도 두꺼웠으며 피부도 왼손보다 더 상해있었다. 이어 김연아 손에 놀란 MC들은 손이 이 지경인데 발은 어느 정도겠냐며 13년간 스케이트 신발을 신은 김연아 발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김연아는
타이츠를 신고 와서 발을 보여 드릴 순 없고요
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나 그녀의 웃음 아래 감춰진 상처투성이 김연아 발 사진은 공개됐다.
이미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개된 바 있는 맨발에 구두를 신고 있던 김연아 발 사진이 방송 자료 사진으로 대신해서 소개됐다. 단정한 납작 구두 속 김연아 발은 그야말로 상처와 멍투성이.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충과 시련이 있었는지를 짐작게 했다.
수천 번의 점프로 휘어진 발목, 수만 번의 회전으로 뒤틀린 허리,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나를 단련해왔는지를 떠올려 보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다시 7살로 돌아가더라도 피겨 스케이팅을 선택할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은 내 인생의 전부다.
김연아는
6개월 신던 부츠를 3개월, 2개월, 일주일 간격으로 바꿔 신었고 그러다 보니 발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라며
너무 지쳐서 그때는 다 놔버리고 싶었다
라는 고백도 했다.
발 사이즈에 맞는 부츠가 없어서 투명 테이프로 고정해 연습해야 했고 허리 부상으로 온몸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진통제를 먹고 시합에 나간 그녀는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기적을 이뤘다.
밴쿠버 올림픽 1달 전에 다리 다치고 2주간 운동을 쉬게 되었지만, 하지만 믿음이 있었어요. 경기를 치를 때마다 고비는 늘 있었고 그중 하나로 생각하고 ‘지나면 괜찮을 것이다’라는 믿음 때문에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어요. 코치도 엄마도 저의 금메달을 꿈꾸지만, 어차피 그 꿈은 저의 꿈이잖아요
라고 말하는 김연아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나왔다.
박지성 발
조선희 작가가 2009년 예술인 사랑 나눔 자선경매에 기증한 것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박지성 발 사진 원본이다.
박지성, 박주영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을 지녔다. 상처투성이에 여기저기 굳은살이 박여있는 박지성 발 사진. 바닥이 좁은 축구화를 오래 신은 탓에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들보다 치켜 올라가 있고 게다가 평발이며 까진 발뒤꿈치는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박주영 발 사진 역시 낙타 등처럼 불룩 솟아있는 오른발 등은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축구화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맨발로 경기한 뒤 감각이 좋다며 틈만 나면 맨발로 축구를 해 발이 그렇게 됐다고 알려졌다.
박지성 발 사진, 박주영 발 사진을 보고 추한 발, 못난 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강수진 발
《땡큐》 방송에서 강수진은 어린 시절 9살부터 발레를 시작해 세계 최고로 꼽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수석 발레리나가 되기까지 어려웠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화면에 비친 강수진의 발은 뼈마디가 튀어나오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충격을 안겼으며 동시에 감동을 선사해 줬다.
부상을 관리할 시간 없다. 부상은 나와 제일 친한 친구니깐. 이쪽이 조금 나으려고 하면 다른 부상. 그대로 산다. 당연히 아픈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할 수 있는 부상들이면 계속하고 머리만 괜찮으면 된다.
–발레리나 강수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17살 처음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유학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학교 안에도 전화가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만 우체국에 가서 전화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울기만 했다는 강수진은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었다고 밝히며 특히 폭식으로 불어난 몸매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과거를 고백했다.
체중 때문에 독무는커녕 군무에서도 탈락했다.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삶과 발레를 포기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서 다시 연습하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 위해 울면서 연습했고 그러다 보니 다시 올라오니까 또 살게 되더라
라고 말 한 강수진의 발 사진은 고통의 흔적마저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축구선수 박지성과 박주영, 발레리나 강수진, 이들 영광의 아름다운 상처들은 군인의 제복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훈장을 연상케도 한다.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련된 것이기에 세상 그 어떤 발보다도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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