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아이 나무 이야기

벌써 10년이 다되간다.

그러니 한국 나이로 치면 나무도 벌써 10살이구나.

사람으로 치면 이제 중년의 나이.

하는 짓은 마냥 얘기인데 말이다.

나무를 데려오면서 그때 당시 내 꿈이 지방에 임야를 싸게 사서 나무를 키우는 거였다.

그리고 강아지한테 그런 이름 붙이면 튼튼하게 큰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임야를 사고, 나무를 수십 그루 심고, 거기서 천천히 살아가는 그림은… 아직도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지만 말이다.

대신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딱 한 그루의 나무다.
정확히 말하면, 강아지 나무.

처음 데려왔을 때는 정말 작았다.
손바닥만 한 얼굴에 귀는 괜히 커서 툭 튀어나와 있었고, 걷는 것도 서툴러서 바닥을 휘청휘청 다녔다.
그때 나는 “그래도 이름이 나무니까 언젠가는 든든하게 크겠지” 같은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웃긴 건, 나무는 정말로 그렇게 자랐다.

몸이 엄청 커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성격이 그랬다.

처음엔 겁이 많았다.
청소기 소리만 나도 소파 밑으로 도망가고,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놓여 있으면 그걸 몇 분 동안 경계하면서 짖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집을 지키는 역할을 스스로 맡기 시작했다.

밤에 복도에서 발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문 쪽으로 달려가고,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한참을 관찰한다.

웃긴 건, 관찰만 한다.

짖을 것 같다가도 멈춘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째쯤 되면 그냥 돌아가서 눕는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응, 괜찮은 사람 같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나무를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무가 나를 10년 동안 관찰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시간이 조금 이상하게 흐른다.
처음 데려온 날은 분명 어제 같은데, 사진을 보면 몇 년이 훅 지나 있다.

휴대폰 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어린 나무 사진이 가끔 나온다.

그 사진을 보면 묘하게 웃기다.

“아니 이렇게 작았어?”

지금은 소파를 거의 차지하고 누워 있는 녀석이
그때는 쿠션 하나에도 파묻혀 있었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강아지 키우면서 제일 많이 실감한다.

그리고 또 하나 느끼는 게 있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내일 걱정도 안 한다.

대신 오늘을 아주 열심히 산다.

산책 나가면 풀 냄새 맡는 데 진심이고,
간식 먹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잠잘 때는 진짜 아무 걱정 없는 표정으로 잔다.

그래서 가끔 부럽다.

나는 미래 생각하느라 바쁜데
나무는 그냥 오늘을 살고 있다.

아마 그래서 이름이 나무였는지도 모른다.

나무는
조용히 한 자리에 서서
계절을 다 겪는다.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햇볕도 받으면서

그냥 자란다.

특별한 비결 없이.

나무도 그랬다.

10년 동안
별일 없이
그냥 옆에 있으면서
조금씩 자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보니까
내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집에 들어왔을 때
나무가 없으면 좀 이상하다.

너무 조용해서.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무를 키운 건지
나무가 내 시간을 같이 키워준 건지.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 첫 번째 나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s. 나의 개인적인 반려견과의 이야기는 왜 항상 쓸때마다 코끝이 찡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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