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혼자 여행이 나에게 갖는 의미

비행기에서 창밖을 보다가 문득 숨을 크게 쉬었다.

도시의 소음과 알람과 약속들로 채워진 내 일상이 뒤로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제주에 내리니 공기가 조금 달랐다.

습하고 짠 기운이 코끝을 스쳤고, 그걸 들이마시자 오래된 생각 하나가 풀려나왔다.

혼자 온 건 오랜만이었다.

혼자라서 더 가벼웠고, 혼자라서 더 느릿했다. 지도 따위는 들여다보지 않고 바다 쪽으로 걸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한모금씩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누군가는 가족과, 누군가는 연인과 걸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오래 들여다봤다. 파도 소리, 귤 밭 사이로 스치는 바람, 바다 위에 남은 어선 하나. 그 작은 풍경들이 일탈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새벽,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올라가는 동안 숨이 차서 웃음이 났다. 정상에서 맞은 해는 크고 뻔했지만, 그 속에서 내 마음은 조금 달라졌다.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 얼굴을 슬쩍 보았다.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기다림이 여행의 의미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의미라 부르기엔 너무 소박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골목을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먹은 백반 한 그릇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아주머니가 건넨 말 한마디, 반찬 하나를 집을 때의 손길, 그 소란스러운 식탁의 온도. 혼자라서 더 잘 들리고, 더 잘 느껴졌다. 여행이 주는 건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감각들이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잠깐 나눈 농담, 같은 카페에 몇 번 마주친 얼굴과 생긴 친근함, 아무 일정도 없이 보낸 오후. 모든 순간이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도주였고, 그 도주는 복잡한 질문 대신 느긋한 답을 주었다. 돌아갈 계획은 있었지만, 그 계획은 생각만큼 급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보니 제주가 작게 접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여행의 의미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는 것보다, 내 안의 온도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익숙한 리듬 속으로 끼어들겠지. 그래도 제주에서 남긴 몇 개의 순간은 자주 꺼내보게 될 거다.

어쩌면 그게 참 좋은 일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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