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극복기’라고 제목에 써놨지만,
완전히 끝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걸 먼저 말해두고 시작해볼게요.
마냥 예뻐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덜컥 입양해버린 갈색 푸들.
강아지를 키워보는 게 처음이라
사료, 산책, 배변 이런 기본적인 것들만 신경 쓰면 되는 줄 알았죠.
그때는 ‘분리불안’이라는 단어 자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함께 지낸 지 2~3개월쯤 지나면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외출을 하려고만 하면
강아지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저한테 매달리기 시작한 거예요.
발걸음을 떼려고 하면 계속 따라오고,
현관 쪽으로 가면 몸으로 막고,
억지로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으려면
진짜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낑낑거리면서 버티고요.
겨우 문을 닫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집 안에서 들려오는 짖는 소리.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제가 완전히 건물을 벗어날 때까지 계속 들리더라고요.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이거 이웃에서 컴플레인 들어오는 거 아닌가?’
‘이 상태로 계속 두면 더 심해지는 거 아닌가?’
그제야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분리불안’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흔한 문제더라고요.
특히 푸들처럼 영리하고,
사람과의 애착이 강한 견종일수록
이 증상이 더 쉽게,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걸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어요.
‘아, 얘가 문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너무 좋아해서 이런 거구나.’
그런데 동시에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막함도 같이 왔습니다.
그때부터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외출 전 과한 인사 안 하기
처음엔 이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나가면서 “금방 올게~ 잘 있어~” 이런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런 행동이
‘지금부터 혼자 남겨진다’는 걸 더 크게 인식시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평소처럼 움직이다가 조용히 나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좀 매정한 느낌이 들어서
제가 더 불편했습니다.
2. 짧은 외출 반복 훈련
이건 효과가 눈에 보이긴 했습니다.
처음엔 진짜 5분도 안 되는 외출.
우편함만 보고 오는 수준부터 시작했어요.
그 다음은 10분, 20분, 30분…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문 닫자마자 바로 짖었는데,
이걸 반복하다 보니까
짖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거나
아예 안 짖는 구간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건 ‘시간이 해결해준다’기보다는
‘반복이 익숙함을 만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3. 켄넬 훈련
켄넬을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훈련입니다.
간식을 켄넬 안에 넣어두고,
밥도 안에서 먹게 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쉬게 만드는 방식이죠.
말로 들으면 쉬워 보이는데
이게 제일 오래 걸립니다.
조급하게 하면 오히려 켄넬 자체를 싫어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중간에 몇 번이나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싶어서 포기할 뻔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떠냐.
완전히 해결됐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아직 아니다”입니다.
여전히 제가 외출 준비를 하면
주변을 맴돌고 눈치를 봅니다.
가끔은 예전처럼 짖기도 하고요.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건 있습니다.
예전처럼 문을 닫기 힘들 정도로 매달리지는 않고,
밖에서 계속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도 아닙니다.
이웃 컴플레인 걱정도
지금은 거의 안 할 정도로 줄었습니다.
다만 이게 한 번 좋아졌다고 해서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떤 날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그럴 때마다
다시 처음처럼 반복 훈련을 하면
조금씩 안정되는 식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리불안은
‘한 번에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강아지와 함께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
처음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서
아마 다음 이야기도 이어질 것 같네요.
혹시 저처럼
처음 반려견을 키우면서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반복하면서 같이 적응해 나가보셨으면 합니다.